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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갈동근
댓글 0건 조회 1,613회 작성일 21-10-2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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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로 맛집이 아닌 진짜 맛집을 찾아

 

맛있는 음식이 있는 가게가 맛집? NO! 계단이 없는 가게가 맛집!

나는 휠체어 사용자다. 그래서 지인과 만날 약속을 정하려면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있다. ‘그 동네에 우리가 갈 수 있는 식당이 있을까?’ 보통은 ‘어디서 무엇을 먹을까?’라는 질문이 앞서겠지만, 나는 이 질문부터 하고 약속 장소를 정한다. 인터넷 블로그에 맛집으로 소개된 식당이라도 우선은 문턱과 계단이 없는지부터 살피는 게 일상이다.

몇 년 전 지인이 맛있는 걸 사주겠다며 불러내기에 우리는 블로그에 나온 맛집에 함께 가기로 했다. 블로그에 나온 사진상의 출입구에는 문턱이 없어서 지인과 나는 신나는 마음으로 맛집 입구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문을 확 열었더니 지옥의 계단이 우르르 펼쳐져 있었다. 맛집으로 소개한 이는 아마도 그 계단이 계단으로 안 보였을 것이다.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접하는 일종의 구조물쯤으로 여기며 휠체어 탄 사람도 자신이 소개한 맛집에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오랜만에 만나서 맛있는 걸 사주겠다던 지인은 멋쩍어하며 한참이나 경사로가 있는 식당을 찾아 배회하다가 골목 모퉁이 허름한 밥집 한 곳을 발견하여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삼겹살은 익어가는데……

언젠가 이런 일도 있었다. 휠체어 탄 지인과 만나서 바퀴가 진입 가능한 식당을 찾으려니 마땅한 곳이 없었다. 그러다 호객행위를 하는 삼겹살 가게 주인이 우리 두 사람을 붙잡았다. 본인 식당에 들어갈 수 있으니 와서 먹고 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둘 다 장애상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신체 구조가 못 돼서 망설였는데 가게 주인은 본인이 도와주겠다며 계속 들어오라고 설득해왔다. 딱히 갈 곳이 없었던 우리는 못 이긴 척하며 문턱이 없는 그 삼겹살 가게에 들어갔다.

맛이 있든 없든 간에 들어갈 수 있는 것만으로 안심하며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잡으니 상 위에 불판이 올라오고 날고기도 나왔는데 가게 주인은 고기만 불판에 올려주고 다른 손님들에게로 갔다. 이때부터 난감한 상황이 시작되었다. 고기는 익어가는데 뒤집을 수도 없고 익힌 고기를 서로의 접시에 놓아주는 것도 안간힘을 쏟아야 했다. 가게 주인은 의자만 빼주고 고기만 갖다주면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신체 기능을 최대한 살려서 삼겹살을 간신히 먹었다. 그리고 가게에서 나오며 ‘다시는 둘이서 삼겹살 가게는 오지 말자’ 다짐을 했었다.

이러한 상황을 자주 겪으면서 나는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맛집을 점점 더 찾지 않게 되었다. 내게 ‘맛집’은 음식이 맛있는 가게가 아니라, 경사로가 있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파는 가게가 진짜 맛집인 셈이다.